메르세데스-벤츠 GLA와 인피니티 Q30는 생김새만 보면 공통점이 전혀 없다. 메이커가 다르고, C세그먼트라는 큰 틀에서 각각 SUV와 해치백을 지향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두 차는 플랫폼을 공유한다. 정확히 말하면 인피니티(Q3O, QX30)가 벤츠(A, GLA, CLA)의 플랫폼을 빌려 썼다. 인피티니의 30 시리즈는 데뷔한지 3년이 안됐다. 반면 벤츠의 A 시리즈는 풀체인지를 시작했다. 마치 벤츠가 인피니티에 유산을 남겨주고 떠나는 모양새다. 그래서 궁금했다. 같은 플랫폼을 쓰는 두 차가 각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말이다.

모태가 되는 벤츠 A-클래스가 해치백을 지향하는 것과 달리, Q30는 크로스오버카 스타일이다. 즉 해치백과 SUV의 중간 형태다. 지상고를 적당히 올리고, 휠아치에는 검은색 플라스틱을 댔다. 그 모습이 꼭 바짓단을 걷어 올린 핫해치 같다. 

Q30는 콘셉트카 같은 화려한 곡선과 풍부한 볼륨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헤드램프에서 시작돼 프론트 그릴을 가로질러 범퍼로 연결되는 오묘한 곡선과 그 옆으로 깊게 패인 가짜 흡기구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떠올리게 한다. 곡선을 많이 써서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는가 하면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 때문에 남성적인 이미지도 드러난다. 

특히 디퓨저를 흉내낸 리어 범퍼의 장식과 앞모습만큼이나 유기적으로 얽힌 뒤쪽 디자인은 강인한 이미지가 살아 있다. GLA(혹은 A-클래스)와 같은 구성을 유지하면서 인피니티만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디자인 실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구형보다 지상고를 높이고 앞뒤를 터프하게 치장한 GLA의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탑기어> 편집부에서도 의견이 나눠졌다. 누구는 “이제야 제대로 된 모습을 찾았다. 이전 모델은 원가를 절감한 티가 났다”고 칭찬을 했다. 반면 “페이스리프트의 한계 때문에 신선한 느낌이 적고, 프론트 그릴이 부각되어 범퍼가 처져 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

분명한 것은 GLA가 오프로더의 이미지를 한껏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앞뒤 범퍼에 스키드 플레이트를 달고, 사이드 스커트에 검은색 플라스틱을 덧대 윗급인 GLC나 GLE보다 오프로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이는 어디까지나 이미지일뿐, 실제론 높지 않은 최저지상고와 앞바퀴굴림 방식으로 인해 오프로드 성능은 떨어진다(네바퀴를 굴리는 GLA 250 4매틱은 좀 나을 것이다). 

외관의 변화에 발맞춰 실내도 손질했다. 입체감을 살린 원형 송풍구 등 꽤 여러곳을 만지고 소재를 개선했다(갈색 가죽시트와 진짜로 박음질한 대시보드의 가죽 마감에 현혹돼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런 정성 덕분에 GLA는 전보다 한층 고급스럽게 보인다. 다만 데뷔연도를 속일만한 수준은 아니다. 최신모델들로 인해 높아진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지도 모른다. 5,000만원에 이르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내세울 만한 첨단장비라고는 액티브 하이빔, 사각지대 경보장치, 전동식 테일게이트뿐인 것도 아쉽다. 

인피니티 디자이너들의 능력은 Q30의 실내까지 바꿔놨다. 비록 센터페시아에 빼곡하게 박힌 작은 버튼과 스티어링 휠, 계기판은 분명 벤츠지만 얼핏 봐서는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대시보드의 형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GLA와 달리 디스플레이를 (다른 인피니티처럼) 대시보드에 매립했고 송풍구 디자인도 다르다. 일체형 세미 버킷시트에 나파가죽과 알칸타라를 더하고, 대시보드에 (GLA처럼) 인조가죽과 스티치장식을 넣는 등 고급장식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멀다. 그래픽이 10년전 차 같고, 사용하기 불편하며, 스마트폰과 연동도 잘 안된다. 그래도 인피니티는 다양한 장비를 챙겨 넣었다. 액티브 하이빔, 사각지대 경보장치를 포함해(전동식 테일게이트는 없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어라운드뷰 카메라, 보스 사운드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Q30는 GLA와 달리 칼럼 방식 시프트 레버를 달지 않았다. 여느 차들처럼 센터콘솔에 자리한 레버는 어디서 많이 본 모양새다. 45 시리즈를 포함해 한때 AMG 모델에 널리 쓰인 콤팩트한 전자식 레버와 비슷하다. 하지만 주행 모드 버튼 등 주변부는 오래된 벤츠차를 보는 것 같다. 

Q30는 벤츠의 것을 조합해 만든 이도 저도 아닌 차가 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주행감각은 특징이 뚜렷하다. 최대한 느긋하게 풀어놓으려 해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노멀 모드로 달려도 GLA의 S 모드에 견줄 만큼 민첩하고 반응이 탱탱하다.

타이트한 스포츠 시트와 운전석 공간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한다. 스티어링이 더 빠르고 과감하게 반응하며 경합금 휠도 1인치 크다(GLA 18인치, Q30 19인치). 그만큼 노면을 더 많이 타고 요철을 지날 때 요란스럽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빠르게 달릴 땐 GLA와 달리 하체가 바쁘게 움직이며 허둥댄다. 

빠릿해 보이려고 애쓰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헛발질이 안쓰럽다. 2.0L 터보 엔진은 35.7kg·m의 최대토크가 1,200rpm부터 터지고 스로틀 반응도 날카롭다. 그래서인지 급가속 때 걸핏하면 휠스핀을 일으키며 제자리걸음을 한다. 급가속 때 차체가 한쪽으로 쏠리는 토크스티어 경향도 보인다. 초반의 요란한 과정을 넘기고 나면 핫해치처럼 빠르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그 모습이 흡사 몇년전 탔던 7세대 골프 GTI 같다(그러고 보니 최고출력도 211마력으로 같다). 핫해치에 기대할 수 있는 변속 충격과 팡팡 터지는 배기음은없지만 말이다. 

차체가 껑충해서 고속에서 불안할 것 같지만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오히려 살짝 큰 키가 운전 재미를 살려준다. 복잡한 시내에서 재빨리 차로를 바꿀 때 유리한 넓은 시야와 활달한 움직임, 스티어링 휠의 손맛이 적지 않은 운전 재미를 제공한다. 벤츠로 말하자면 AMG GLA 45 저 아래쪽에 25~30 정도 되는 것 같다.

자극적인 Q30에 비하면 GLA는 순둥이 같다. Q30의 것과 같은 2.0L 터보 엔진은 분명 활기차고 경쾌한데, 차를 빠르게 이끄는 느낌이 아니다. Q30처럼 터보 래그도 거의 없고 최대토크도 1,200~4,000rpm에서 고르게 나오지만 활력이 부족하다. Q30보다 5kg·m 낮은 최대토크가 이런 차이를 불러온 걸까? 아니면 최고출력이 184마력으로 낮아서? 통통 튀는 Q30를 맛보고 난 뒤에 겪는 부작용이거나 GLA의 스포티한 외모로 인해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탓일 수도 있겠다. 

GLA는 달릴 때 높은 키가 의식되지만, 주행 모드에 따라 느긋하게도, 제법 스포티하게도 달린다. 주행 모드를 바꿀 때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까지 뚜렷이 달라져 스펙트럼이 넓은 인상이다. 서스펜션 특성까지 바뀐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편의장비에 인색한 GLA에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승차감이 꽤 훌륭하다. 380마력이 넘는 AMG 45까지 소화해내는 섀시는 그만하면 만족스럽고 한계치도 높아 보인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엔진 힘이 아쉽지만 2.1L 140마력 디젤뿐이었던 구형보단 만족감이 높다. 

두 차의 특성은 명확하다. Q30는 가성비를 앞세우는 차다. 편의 및 안전장비를 꼼꼼히 챙겨보지 않더라도 4,000만원 초반대의 가격에 눈이 간다(일부 장비가 빠진 기본형은 3,870만원으로 내려간다). 디자인도 그럴싸하다. 실내에는 미소가 지어지는 장비가 가득하다(인포테인먼트는 빼고). 여기서 끝일까? 그렇지 않다. GLA와 똑같은 엔진을 쓰는데 힘은 더 강하다. 움직임이 날래고 경쾌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GLA는 SUV 콘셉트와 스타일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운다. 기운이 부족한 엔진과 빈약한 편의장비는 5,0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어울리지 않아 선택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러나 스타일이 화려하다. 이 급에서 GLA처럼 오프로더 콘셉트를 내세우는 차는 많지 않다. 작은 차치고는 장거리 주행 때 피로가 적고 승차감도 편하다. 무엇보다 ‘삼각별’ 로고가 뿜어내는 후광을 무시할 수 없다. 독자들은 어떤 차를 선택하겠는가? 참고로 판매량은 GLA가 Q30를 압도하고 있다. 

MERCEDES-BENZ GLA 220  PREMIUM
가격: 4,930만원
엔진: I4 1991cc 터보, 184마력/5500rpm, 30.6kg·m/1200~4000rpm
변속기: 7단 듀얼클러치, FWD
성능: 0→100km/h -초, 
230km/h
연비: 11.2km/L, 155g/km
무게: 1530kg

INFINITI Q30 2.0T EXCLUSIVE
가격: 4,370만원
엔진: I4 1991cc 터보, 211마력/5500rpm, 35.7kg·m/1200~4000rpm
변속기: 7단 듀얼클러치, FWD
성능: 0→100km/h 7.2초, 
235km/h
연비: 11.1km/L, 154g/km
무게: 1535kg

글 <탑기어>편집부
사진 이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