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SUV의 대명사 레인지로버에 새로운 패밀리가 탄생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 사이에 자리하는 벨라(Velar)가 그 주인공이다. 레인지로버는 새차를 내면서 1969년 발표했던 원조모델(프로토타입)의 이름을 가져다붙였다. 고유의 자산을 계승하면서 화려함과 모던함, 우아함이라는 차세대 레인지로버의 지향점을 제시한 것이다.

모델명이 미인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벨라(Bella)와 비슷한데 이 차 역시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분위기를풍긴다. 하지만 성격까지 나긋나긋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전천후 주행성능을 자랑하는 네바퀴굴림’이라는 랜드로버 가문의 특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재규어 F-페이스의 iQ 모듈러 플랫폼을바탕으로 만든 벨라는 앞유리부터 이어지는 플로팅 루프, 클램셸 타입의 긴 보닛, 높아지는 벨트라인 등레인지로버 특유의 디자인 특징이 그대로 담겨 있다.

현대적인 요소도 가미됐다. 강인하고 힘이 넘치는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전면 그래픽과 당당한프론트 그릴의 조합이 눈에 띈다. 매끈하게 뻗은 허리 라인에서도 이런 특성을 잘 드러낸다. 늘씬한 차체는 뒤로 갈수록 좁아지면서 다부지게 생긴 후면과 조화를 이룬다. 도어패널로 이어지는 펜더의 공기구멍도 역동성을 살리는데 일조한다. 

레인지로버가 벨라를 통해 처음 선보인 플러시 도어핸들은 차에 다가가면 숨겨진 손잡이가 자동으로 돌출되고 차가 출발하면 다시 들어가는 방식이다. 차체가 한층 유려해 보일 뿐 아니라 역대 랜드로버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Cd) 0.32 만드는 데에도 보탬이 됐다. 

재규어·랜드로버가 내세우는 주요 특징 중 하나가 알루미늄 보디인데, 벨라 역시 차체의 82%가 알루미늄으로 이뤄졌다. 벨라는 측면에 얇은 고강도 알루미늄 패널을 써서 단단하면서도 늘씬한 분위기를 풍긴다. 패널의 접합부는 셀프 피어싱 리벳으로 조립해 작업과정을 최소화하고 차체 강성을 높였다. 그밖에도무게가 알루미늄의 66%밖에 안되고 진동을 잘 흡수하는 마그네슘, 알루미늄보다 5배가량 단단한 카본복합소재 등이 적극적으로 사용됐다.

실내는 심플한 수평 라인과 혁신적인 기능이 어우러져 세련된 느낌이다. 기본으로 달리는 파노라마 루프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도 실내공간을 아늑하게 만들어주는 요소. 레인지로버만의 스포츠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은 높은 위치에서 시야확보를 돕는다. 영국 국기를 연상시키는 컷 다이아몬드 패턴의 가죽 등소재와 마무리도 고급스럽다.  

앞좌석은 10방향으로 조절되며 열선 및 통풍, 마사지 기능은 물론 옵션에 따라 스무 가지로 조절할 수 있다. 센터 암레스트는 양쪽을 따로 제어할 수 있고, 콘솔박스에는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다. 대용량 글러브박스와 도어포켓, 558L의 넉넉한 적재공간도 벨라의 장점 중 하나. 

40:20:40으로 나누어지는 뒷좌석에는 스키 플랩이 설치되어 긴 물건을 실을 수 있고, 좌석을 접으면 적재공간이 1,731L로 늘어난다. 등받이 각도는 전동 조절식이다. 테일게이트는 킥 모션으로 열거나 닫을수 있다.  

새로운 터치 프로 듀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두개의 10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구현되며, 내비게이션, 미디어, 전화 등 다양한 기능을 그래픽으로 보여주어 사용이 쉽다. 또 자주 쓰는 기능을 5개까지 띄울 수있으며 화면 아래쪽 고정식 메뉴바에 각종 설정과 기능을 심어놓을 수도 있어 편리하다. 

인컨트롤 리모트 앱을 이용하면 원격으로 차를 잠그거나 열고, 남아 있는 연료량 및 주차위치를 확인할 수있고, 원격으로 시동을 걸어 내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이동경로와 주행거리가 담긴 여정 일지를기록해 이메일로 보내는 기능도 있다. 휴대폰에 랜드로버 앱을 다운받아 도난차를 추적할 수 있는 시큐어트래커(Tracker) 기능도 마련됐다.

고무밴드로 만든 손목시계 모양의 액티비티 키는 매우 독특한 아이템이다. 차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작동되기 때문에 배터리 교환이나 충전을 할 필요가 없다. 이 키를 착용하고 테일게이트의 배지 쪽으로 다가가면 자동으로 차문이 잠긴다. 이때 차안에 남겨둔 스마트키는 작동되지 않는다. 

벨라의 엔진은 2.0L 디젤(180마력, 240마력)과 가솔린(250마력, 300마력), V6 3.0L 디젤(300마력)과가솔린(380마력) 등 모두 6가지다. 국내에는 2.0L 디젤 240마력, V6 3.0L 디젤 300마력, V6 3.0L 380마력의 3가지가 들어온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 얹힌다. 

D240에 사용되는 2.0L 트윈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51.0kg·m를 내고 0→100km/h 가속성능 7.3초, 최고속도는 217km/h다. D300의 V6 3.0L 트윈터보 디젤은 300마력, 71.4kg·m의 좋은 성능을 자랑한다. 세라믹 볼베어링을 사용한 병렬 트윈터보차저가 기민한 스로틀 반응을 이끌어내 0→100km/h 가속 6.5초, 최고속도 241km/h의 시원한 주행성능을 보인다. 

국내에 들어오는 유일한 가솔린 모델인 P380의 V6 3.0L 슈퍼차저 엔진은 380마력, 45.9kg·m의 힘을바탕으로 0→100km/h 가속 5.7초, 최고속도 250km/h를 낸다. 보텍스제 슈퍼차저로 반응성을 극대화하고 가변 캠 타이밍 시스템을 써서 스포츠카 못지않은 날렵한 달리기를 자랑한다.   

벨라는 네바퀴굴림 구동계가 기본으로 달린다. 아울러 벨라 전용 트랜스퍼 케이스로 전기와 기계식으로작동하는 멀티플레이트 클러치를 작동시켜 어떤 조건에서도 안정된 주행을 이끈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인 다이내믹스 시스템은 구동력 배분장치다. 차체 곳곳에 달린 센서를 통해 스티어링 휠 각도, 스로틀반응 등을 모니터링해 노면 상황에 알맞은 구동력을 앞뒤 바퀴로 보낸다. 평소에는 앞뒤 50:50이고 상황에 따라 100%까지 몰아준다. 코너를 돌 때 안쪽과 바깥쪽 바퀴의 구동력을 조절하는 토크 벡터링 기능도 갖췄다. 

비포장길, 눈길, 진흙길 등의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엔진, 변속기, 섀시 등을 코스에 최적화시켜주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도 기본이다. 고급형에는 차가 스스로 적합한 모드를 선택하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2가 제공된다. 그밖에 로 트랙션 론치, 내리막길 주행제어, 능동형 리어 디퍼렌셜 잠금장치 등이 전천후주행성을 뒷받침한다. 

전모델에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달리고, D300과 P380 모델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추가되어 지상고를 251mm까지 올릴 수 있다. 최대 도강높이는 650mm다. 수중 장애물이 있을 경우 차체를 자동으로 올리는 그라운딩 디텍션 기능도 추가됐다.  

에어 서스펜션은 또한 105km/h 이상으로 달릴 경우 10mm, 50~80km/h에서는 18mm 차체를 낮춰공기저항을 최소화시킨다. 오프로드 모드로 설정하면 최저지상고가 251mm로 올라간다. 짐을 싣거나 트레일러를 연결할 때 서스펜션을 50mm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최대 견인력은 2.5톤으로, 중형 트레일러도 부담없이 끌 수 있는 수준이다. 트레일러 장착지점을 인식하는 히치(hitch) 보조기능이 있어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트레일러를 쉽게 연결할 수 있다.   

첨단 안전장비도 풍부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벨라에는 LED 헤드램프가 기본으로 들어가며, 스티어링휠의 조향각에 따라 조명의 범위가 달라지는 어댑티브 헤드램프 시스템을 갖췄다(기본형인 D240 S 제외). 레이저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도 선택할 수 있다. 레이저 하이빔 어시스트 기능이 있어 80km/h 이상으로 달리거나 불빛이 없는 곳에서 최대 550m까지 비춰 안전운전을 돕는다.

보행자 감지기능을 갖춘 비상제동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어댑티브 속도제한,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 차로 이탈 경고 시스템, 운전자 상태 모니터링,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등의 안전·편의 장비도 풍부하다. 좁은 공간에서 주차를 돕는 360도 오버헤드 뷰 기능과 차가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 주차하는파크 어시스트 기능도 있다. 

벨라는 이름과 잘 어울리는 유려한 외관을 지녔다. 그래서 레인지로버는 물론이고 중형 럭셔리 SUV 분야에 새로운 미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자찬(?)이 그리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레인지로버다운 뛰어난주행실력까지 겸비했다. 명문가에서 태어나 외모와 성능, 넓은 실내공간 등 좋은 유전자를 듬뿍 물려받은축복받은 모델이다. 

값은 2.0L 디젤인 D240 S가 9,850만원, D240 SE는 1억460만원, D240 R-다이내믹 SE는 1억860만원이다. V6 3.0L 디젤은 D300 R-다이내믹 SE 1억1,530만원, D300 R-다이내믹 HSE 1억2,620만원, D300 퍼스트 에디션이 1억4,340만원이다. V6 3.0L 가솔린 모델인 P380 R-다이내믹 SE는 1억1,610만원이다. 



글·이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