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ABOUT TG
FEATURES
DRIVES
COLUMN & PEOPLE
NEWS
MULTIMEDIA
COLUMN & PEOPLE
COLUMN & PEOPLE
>
COLUMN & PEOPLE
카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관계
2017-06-12 13:45:24
글
리차드 정(ADIENT 이노베이션&디자인 총괄 부사장)
필자가 1987년 자동차업계에 첫발을 디뎠을 때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당시 미국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의 디자이너들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했고 하루 종일 널따란 책상 앞에 서서 스케치와 렌더링을 했다. 작업을 할 때 넥타이가 거치적거려 어깨 뒤로 넘긴 채 일했던 기억이 난다.
엔지니어들이 큰 테이블에서 차체를 설계하면, 그 옆에서는 CAD 디자이너들이 브라운관 방식의 CRT 모니터에 줄 달린 포인터로 차체 도면을 그리고 있었다. 풀사이즈(1 대 1) 비율로 차 옆모습을 디자인할 때는 펜으로 그릴 수 없어 다양한 두께의 검정 테이프를 사용했다.
경영진이 아니면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디자이너가 거의 없고, 평면 디스플레이에 무선펜이나 마우스로 3차원 면을 그리는 지금과 비교하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게 있으니, 바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관계다. 일설에 따르면 디자이너는 오른쪽 뇌가 발달한 감성적 낙관주의자(eternal optimist)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데 관심이 많다. 반대로 엔지니어는 왼쪽 뇌가 발달한 논리적 비관주의자(eternal pessimist)여서 실현 가능한 것을 중시한다. 즉 디자이너가 공격을 한다면 엔지니어는 방어를 하는 입장인 것이다.
엔지니어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정해진 시일에 완성품을 내놓아야 하는데, 자꾸만 새 디자인을 제안할 경우 일이 많아지고,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니다. 필자가 포드에서 근무할 때 마쯔다와의 공동 프로젝트로 일본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설계총괄 하라사키 씨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담당 엔지니어가 풀지 못하는 일을 가져가면 자상하게 도와주곤 했다.
필자가 포드와 마쯔다의 BT57 프로젝트(기아차 아벨라)를 진행하며 차체의 스탬핑 구조(당시 생산을 담당한 기아차의 기술로는 불가능했다)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하라사키 씨는 “인간을 달에도 보내는 세상인데 이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면서 해법을 찾아줬다.
수년 동안 그와 일하면서 엔지니어 역시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차를 만들고 싶어하며, 다만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디자이너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디자이너 출신이 CEO나 사장자리에 올라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중요한 일을 감성적으로 처리해 자칫하면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독일 회사들은 대개 엔지니어 출신이 CEO가 된다. 반면 미국은 CFO(재무총괄) 출신이 CEO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디자이너가 사장이 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렉서스는 디자이너 출신인 부쿠이치 도시오가 수년간 회사를 이끌었고, 어큐라는 필자의 후배인 존 이케다가 사장이다. 닷지 SRT도 디자인 총괄인 랄프 질스가 경영을 맡고 있다. 세상을 떠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엔지니어라기보다 디자이너에 가까웠던 사람이다. 그만의 직관적인 경영방식은 애플을 최고의 혁신기업에 올려놨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중 어느 한쪽이 우위에 선다고 할 수 없다. 디자이너가 없으면 상품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없고, 반대로 엔지니어의 개발능력 없이는 상품을 완성할 수 없다. 적당히 서로를 끌고 밀면서 협력해야 하는 관계인 것이다.
성공적인 회사는 양쪽 부서가 잘 융합하고 협력한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일본 마쯔다, 독일 BMW, 미국 GM이 그런 회사다. 한국에서는 쌍용이 살짝 그런 분위기다.
근래 들어 창의성이나 신선함을 풍기는 차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설계나 법규상의 제약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 혁신적인 디자인이 사라지면 자동차산업 또한 침체의 길을 걷게 될 것이 자명하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고, 머리를 맞대어 참신하고 멋진 자동차를 많이 선보였으면 좋겠다.
운전은 주말 레포츠?
“스포츠카가 아닌 차는 만들지 않는다” - 마이클키르쉬 포르쉐코리아 대표이사 인터뷰
카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관계
어느새 현실이 애니메이션 속 미래
"한국에서 재미난 일 벌일 것" 조지 빅스 맥라렌 아태 담당 임원
인기 기사
[비교] 아우디 Q3 vs BMW X1 vs 벤츠 GLA
꼼수 부리지 말고 확실히!,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저감장치
한국인이 만든 유러피언 세단, SM6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헤드업 디스플레이 - 제발, 운전에만 집중하세요
SUV, 자네는 언제 태어났나?
자동차 디스플레이 트렌드
최신 기사
2의 거듭제곱, 폴스타 2 싱글모터
폭스바겐의 근거 있는 자신감, ID.4
내게 용기를 주는 차, GMC 시에라
[시승기]독이 든 성배일까...토레스 바이퓨얼
의지의 산물, 밝은 내일을 꿈꾸게 하는 결정판
고마워요, 함께해요,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