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주말 레포츠?
2017-07-07 13:01:59 글 리차드 정(ADIENT 이노베이션&디자인 총괄 부사장)
필자는 3년전부터 자율주행차에 큰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해왔다. 최근 1년 사이에 주요 자동차회사의 임원들도 그렇게 됐다. 만날 때마다 차세대 자율주행차에 대한 내용이 화젯거리가 된다.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소비자들은 자동차의 외관이나 성능보다 실내에 높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실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나 편의장비를 어떻게 차별화시켜야 할지 고민이 많다. 필자는 자동차 시트 관계자의 관점에서 그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고 있다.
3년전만 해도 대부분의 회사가 자율주행차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기술개발은 하고 있지만 과연 대중에게 널리 보급될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신흥 회사들(구글, 테슬라, 넥스트EV, 루시드, LeEco, 패러데이 퓨처 등)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들의 예측대로 자율주행에 대한 기술적인 기반은 완성됐고, 현재 시험단계로 접어들었다. 관련법규가 순조롭게 개정된다면 2020년부터는 무난하게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자율주행차는 130년전 첫 가솔린 자동차가 등장할 때만큼 우리 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판매되더라도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가 스스로 달릴 수 있다면 힘든 출퇴근길에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자율주행 방식의 택시가 흔하다면 누가 비싼 돈을 들여 자가용을 굴리겠는가. 일반 운전자가 자가용을 굴리는 시간은 길어야 하루에 2시간 남짓이다. 이 때문에 미국 대도시에는 우버(Uber) 같은 공유경제 개념의 카셰어링 서비스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율주행을 통해 얻는 이익은 또 있다. 바로 안전이다. 전세계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120만명 정도이고, 그중 90% 이상의 사고가 인간의 실수로 일어난다고 한다. 자율주행이 도입되면 사망률을 7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하니 해마다 80만명 이상의 생명을 살리는 셈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예측도 있다. 자율주행차가 어느 시점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이유는 운전면허 때문이다. 지금의 10살 어린이들은 부모가 운전하는 것을 보며 컸다. 그들이 성인이 됐을 때 자율주행차가 굴러다녀도 운전면허를 따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자녀 세대가 되면 자율주행차가 당연한 것이 되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몇십년 뒤의 얘기다. 인구의 고령화도 자율주행차가 크게 늘어나는 배경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로 인한 변화는 대도시 위주로 일어난다. 2050년이 되면 전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대도시에서 생활한다는 통계가 있는 만큼 여기에 어울리는 교통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보스턴은 자율주행차 보급에 적극적인 도시다. 그쪽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주요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을 경우 도로와 주차공간 효율성이 약 30%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니 더 큰 도시에서는 효과가 더 좋을 것이다. 최근 중국은 2030년까지 연간 500만대의 자율주행차(전기차는 1,000만대)를 대도시에 보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마차가 사라졌지만 말은 살아남아서 승마라는 고급 레포츠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탈것의 주역이 되면 기존 자동차는 주말에 즐기는 고급 취미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런 날이 올지 무척 궁금하다.